한국정치

근조화환 뒤덮인 공청회…사관학교 폐지 저지 총공세

 정부가 추진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정책이 군 안팎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국방 개혁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지난 26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개최된 공청회는 정책의 당위성을 설득하려는 정부 측과 군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분노한 반대 측 사이의 격렬한 성토장이 되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사관학교 폐지를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늘어섰고, 예비역 단체와 학부모들이 결집해 정부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을 강력히 규탄했다.

 

국방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사관학교 입학 성적 하락을 통합의 핵심 근거로 제시하며 교육 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찬성 측 전문가들은 각 군 사관학교의 중복된 교육 과정을 하나로 합쳐 첨단 설비와 우수 교수진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생도들의 중도 탈락과 조기 전역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K-사관학교'로의 진화가 생존 전략임을 역설했다.
이에 맞선 반대 측은 통합이 군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미래전의 핵심인 합동성은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이 확립된 상태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교육 기관을 물리적으로 합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다. 예비역 장성들은 국방부가 내세운 합동성 강화가 오히려 각 군의 특수성을 말살하는 '반죽'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막대한 이전 비용을 차라리 현행 교육 내실화에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현장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치권과 현역 생도들까지 가세해 정부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여야 국방위원들은 수조 원에 달하는 통합 비용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당사자인 생도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문민통제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했다. 특히 공청회에 참석한 사관생도들은 시설 노후화가 통합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통합 교육이 장교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지역 사회와 학부모들의 반발 역시 정책 추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경남 지역 관계자들은 학교 이전이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대했고, 학부모들은 운영 효율성만을 따지는 정부의 논리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등 선진 사례를 들어 초당적 합의 없는 통합 시도는 반드시 좌절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현장의 긴장감을 더했다.

 

국방부는 인구 구조 변화와 미래 군 구조 개편을 고려할 때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도출된 결론임을 강조하며 생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와 전문성 결여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둘러싼 군 내부의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